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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SHOWCASE 100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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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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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현지가이드 연결시켜주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 투어&액티비티 상품 수만 1만개

차여경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마이리얼트립을 이끄는 이동건 대표는 대학교 미래기업가 학회를 하며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2011년,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스타트업을 차렸다. 동료 4명이서 1년 남짓 사업을 이어갔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먼저 먹이를 먹는다’지만 당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아이템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비즈니스 문제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사업을 접게 됐다.

1년 뒤 이 대표는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캐피탈인 프라이머의 도움도 받았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택경 前 프라이머 대표는 아이템 선정부터 법인 설립까지 많은 조언을 건넸다. 사업 아이템을 명확히 정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파트너들은 ‘여행’사업을 추천했다. 최종 투자가 결정나면서 2012년 2월, 마이리얼트립이 탄생했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에 미국으로 3박4일 여행을 다녀왔다. 어땠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연신 ‘대박’이었다며 웃었다. 샌프란시스코, 솔트레이크 시티, 캘리포니아를 모두 거쳤다고 한다. 이 대표는 현지 가이드가 안내하는 산장 숙소와 맛집도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어디서나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고 싶다는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마이리얼트립 사무실에서 만났다.

마이리얼트립은 어떤 스타트업인가.

마이리얼트립은 현지 가이드를 연결해 여행상품을 중개해주는 플랫폼이다. 회사가 생겨날 때만 해도 이런 투어 플랫폼이 없었다. 여행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건 여행사 패키지 프로그램이었다. 초기엔 공유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 구조를 공부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동일한 아이템이 없는 탓에 해외로 눈을 돌려 시장 공부를 한 셈이다. 현지 가이드를 모집하고 이를 여행객과 연결시켜주는 사업 특성상, 마이리얼트립은 공유경제 스타트업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인터뷰 이미지

촬영 = 노성윤

과거와 현재를 통들어, 여행 시장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나.

한국인 평균소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투자가 많아졌다. 저가항공이 보편화되면서 실제로 해외 여행객들이 증가하기도 했다. 여행산업은 전망이 밝다. 창업준비 과정에서부터 파트너들이 강조한 것이다. 사람마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자유여행객들은 항공이나 숙박이 아닌 ‘뭐하고 놀지’를 고민한다. 남들이 다 아는 유명명소가 아닌, 현지 어디를 가면 좋은지 고려한다. 그동안 기존 여행사들이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이리얼트립은 공유경제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공유경제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여행 O2O스타트업이라고도 불린다. 초창기엔 공유경제에 대해 자세하게 몰랐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가 하는 일이 공유경제구나’ 깨달았다. 창업 당시엔 가이드 투어에만 집중했다. 2012~2015년은 가이드 투어 가짓수를 늘리는 시기였다. 2015년 말을 기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숙박과 항공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창업할 때 힘들었던 점은.

두 번째 창업이지만, 지금이 훨씬 힘들다. 첫 번째 창업은 진지하게 시작하지 않아 그리 품이 많이 들지 않았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늘 어렵다. 사업적인 면에서도 힘든 점이 있었다. 사업 아이템이 신선하지만, 특이한 여행객들만 쓸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지금은 자유여행에 대한 인식이 변화돼 훨씬 나아졌다.

현지 가이드 선정 과정은.

현지 가이드 설정은 까다롭게 이뤄진다. 총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마이리얼트립 현지 가이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투어 프로그램을 계획할건지 자세히 적어 제출해야 한다. 채택된 이후엔 30분에서 1시간 가량 영상 면접이 진행된다. 현지에서 적합하게 체류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인터뷰 이미지

촬영 = 노성윤

마이리얼트립에 올라온 상품 중 흥미로운 투어를 소개해달라.

선정된 가이드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투어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한 건축가 부부는 ‘파리 건축기행’ 상품을 제공했다. 특이한 장소로 구성돼 있진 않았다. 하지만 건축가와 함께 에펠탑 건축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이밖에도 재밌고 이색적인 투어가 많다. 런던 박물관 큐레이터가 안내하는 ‘뮤지엄 투어’도 있었고, 미대생이 직접 짠 ‘파리 크로키 투어’도 있었다.

투어&액티비티 서비스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여행 상품 수 1만개를 돌파했다. 여행 후기도 누적 6만7000건을 넘어섰다. 마이리얼트립의 주요 수요층은 누구인가.

하루에 후기가 500개 넘게 쌓인다. 안좋은 의견을 중심으로 후기를 읽는다. 불만이 있을수룩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주 사용 연령층은 20~30대다. 신기하게도 초기엔 40대 반응이 가장 좋았다. 신기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은 보통 젊은층에서 많이 쓰지 않나. 여행사 패키지투어는 싫고, 자유여행을 하자니 준비하는 게 어려운 40대들이 마이리얼트립을 많이 찾았다. 지금은 연령층이 많이 낮아졌다. 20대들이 무조건 싼 ‘배낭 여행’이 아니라, 현지 투어와 체험에 충분히 투자를 하게 됐다. 가이드 투어는 필수가 아니지만, 현지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투자다.

모바일 여행 앱은 서비스 종류를 떠나서 치열한 시장이 된 것 같다. 대기업과 여행 스타트업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의 경쟁력은.

‘신뢰성과 꾸준함’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오랜시간 여행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노하우와 상품 개수도 다른 곳보다 더 많이 쌓였다. 여기서 격차가 생긴다. 특히 여행자 입장에서는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중요하다. 후기를 보며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생생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 입장에서 상품을 제공하고, 후기 분석을 통해 키워드를 분류한다. 국내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출국하는 나라는 일본이지만, 투어 상품이 많은 지역은 유럽이다.

현재 직원수는 몇 명인가. 마이리얼트립만의 팀워크가 궁금하다.

함께 하는 직원은 총 28명이다. 개발과 경영 두 부분 모두 신경쓰고 있지만, 최근엔 개발 부서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개발 부문 채용도 강화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개발디자인쪽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팀워크를 키우기 위해 ‘포인트 제도’도 도입했다. 직원들이 실제로 마이리얼트립을 사용해볼 수 있도록 100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책상에만 앉아 여행 상품을 보지말고, 직접 써보고 경험하라는 게 주된 목적이다. 나도 지난달 마이리얼트립 상품을 구매해 미국에 다녀왔다.

여행 O2O산업은 주로 어떤 규제에 부딪히나.

과거보다는 정부부처 피드백도 많이 달라졌다. 공청회를 열어 스타트업들과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규제를 없애는 것보다 합리적인 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여행사들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나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인바운드 여행 사업을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O2O공유상품과 관련한 논란으로 소비자들 불신이 늘어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이 제공하는 상품에 오해를 하는 사람은 없나.

여행 상품을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다. 여행자들은 입소문으로 상품정보를 공유하는데, 마이리얼트립 후기에 아직까지 신뢰성 문제는 없었다. 항공, 숙소는 100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하지만 현지 소비는 관대한 게 요즘 여행객들의 특징이다. 현지경험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 그에 따른 불신도 훨씬 줄어들었다.

현직 창업가로서 국내 여행 스타트업 시장 전망성을 어떻게 보나.

정말 밝다고 생각한다. 해외를 찾는 여행객들이 유례없이 늘어나는 추세다. 저가항공(LCC) 발달이 한몫했다. 미래에 대한 저축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욜로(YOLO)' 열풍도 불어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인천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이 2000만명을 돌파했다. 2020년에는 출국자가 3180만 명을 달성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인구 대비 출국률이 많아질거다. 여행 스타트업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다.

대체적인 흐름은 스타트업에서도 다들 알고 있다. 거시적인 트렌드는 확실하다. 근거리 자유여행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이나 대만, 베트남 여행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인 이 기회를 수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 대형 여행사, 스타트업 모두 포함해 아직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 가령 에어비엔비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전세계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사용해 공유숙박 시스템을 이용한다. 국내 여행사업은 거의 한국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어렵겠지만, 이젠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해야 한다. 마이리얼트립에게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5년간 투어와 액티비티 같은 여행상품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항공 및 숙박 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목표는 마이리얼트립이 ‘자유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영국 런던만 가더라도 1일차부터 3일차까지 사용할 수 있는 투어 상품이 많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마이리얼트립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자유여행자들의 여정을 완성시켜주는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